단상

오렌지와 회

toogari 2023. 11. 1. 11:15

올여름 중국에 가서 두 단어를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득 '선입관'과 '편견'이라 단어의 차이가 무얼까 궁금했습니다  두 단어 모두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선입관은 어떤 사실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없이 형성된 것이고 편견은 어느 정도 깊이 알고 있지만 편향된 지식으로 잘못된 이해를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황'과 '황당'이란 단어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차 뒤에서 몰래 큰일을 보고 있는데 차가 갑자기 나로부터 멀어지는 걸 '황당'이라고 표현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걸 '당황'이라고...

오렌지와 회를 생각하면 저 선입관과 편견이란 단어가 생각납니다.

오렌지나 회를 먹어본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렌지를 직접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오렌지 쥬스는 먹어본 적이 있었던 시절이었지요. 아시다시피 오렌지 쥬스의 뒷맛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지요. 약간 쓴 맛을 내지요. 오렌지를 직접 먹어본 날 제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지금도 생생합니다. 누나가 얻어온 오렌지를 까서 먹어보았는데 제가 먹어본 과일중 가장 맛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리 푸석푸석하고 맛이 쓴지... 저는 왜 외국인들이 이 오렌지를 먹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오렌지를 맛이 없지만 사람들이 즐겨먹는 요상한 과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날(1999년도로 기억합니다.) 큰누나가 예쁘게 생긴 오렌지를 가져왔는데 누나는 나에게 오렌지를 권했지만 저는 당연히 거부했습니다.
"왜 그런 과일을 먹는지 모르겠어"
누나는 약간 의아해 하며 '맛이 있어' 하는 턱에 호기심으로 하나만 입에 넣어 보았는데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저는 누나가 가져온 오렌지를 모두 먹었습니다. 예전에 먹은 오렌지는 상태가 영 아니었나 봅니다.

제가 회를 먹은 것은 '석구형'이 한턱낸 결과였습니다.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나 석구형이 엑셀이란 차를 몰고다닌지 오래되지 않은 때 였습니다. 월급도 타시고 학사에 사는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 회를 사시기로 한 거였는데 저도 우연히(우연이라기 보다는 제가 그런 모임을 선호하는터라 사람들이 저를 생각해 낸 것이지요. 눈물겹습니다.) 그 모임에 끼게 되었습니다. 늦은밤이었는데 회를 사러 노량진까지 갔습니다. 가다가 사고날뻔도 하고 길도 어렵게 찾아 갔습니다. 저는 그 사이 차라리 통닭을 먹는게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회를 사서 학사에 도착할 때까지 속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 못난 광어가 얼마나 맛있을라고... 그리고 왜 이리 비싼거야! 그 돈이면 맛있는 통닭과 피자를 적지 않게 먹을 수 있을텐데..."
회 한접시를 차려놓고 초장을 찍어서 입에 한점 집어 넣었지요.
"세상에 이렇게 부드러운 고기가 있다니..."
마음속에 둔 불평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회 두접시를 없애기 까지 열심히 먹었습니다

오렌지는 저에게 편견이란 단어를 회는 저에게 선입관이란 단어를 생각나게 합니다.

ps. 오래전 글을 약간 다듬어 올립니다.